웹진 제16호 한국전자출판교육원 단기4358(서기 2025)년 1월 1일
-----
웹진 제16호 한국전자출판교육원 단기4358(서기 2025)년 1월 1일
출판계의 사관학교 ‘퍼블리싱 스쿨’이 필요하다
일명, 뚱보강사는 1970년에 군대를 제대하고, 도서출판 장왕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1982년에 개인용컴퓨터가 한국에 보급되기 시작하자, 개인용컴퓨터 출현에 놀란 출판업계와 인쇄업계 사람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했다. “전자출판에 관한 정보 교환과 조사 연구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며, 나아가 우리나라의 출판 산업과 출판문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부정기 모임을 갖기 시작하다가, 1988년에 ‘한국전자출판연구회(CAPSO)’를 정식으로 발족시킬 수 있었다.
당시에는 가장 시급한 것이, 200자 원고지만 사용하는 출판사와 신문사의 편집자에게, 당시의 최고 신기술인 컴퓨터 워드프로세서와 도스(윈도가 나오기 전의 운영체재)를 교육시키는 것이었는데, 한국전자출판연구회의 특강과 세미나만으로는 시간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상의해 1989년 4월에 출협 산하에다 출판대학(노양환 학장)을 개설토록 하였다.
개인용컴퓨터 보급 시기부터 조판시장이 전산사식기와 개인용컴퓨터용 조판 프로그램으로 급격히 변화한 1984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임인규(동화출판사, 1984~1987), 권병일(지학사, 1988~1991), 김낙준(금성사, 1992~1995), 나춘호(예림당, 1996~2001), 이정일(일진사, 2002~ 2004), 박맹호(민음사, 2005~2007) 였다.
글을 쓰는 원고지에서 글을 치는 워드프로세서로
또한 한규면(삼민사)님과 함께, 수동으로 출협에서 접수처리하던 납본시스템을 개인용컴퓨터와 데이터베이스(Foxplus)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납본전산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납본처리는 물론 월별통계와 연말통계를 주판이나 계산기로 계산하지 않고도 즉시 컴퓨터가 프린트까지 해낼 수 있도록 디지털 시스템화 하였다. 또한 도서출판 한울(김종수), 오롬(이호열, 백태현), 박순백(아래아한글), 정병태(마소), 이웅근(서울시스템, 네오메인), 임순범(휴먼/정철/허진호), 한규면(월간디자인/이영혜), 김명의(STI, 캅프로), 정주기기(김정홍), 동국전산(홍우동/박충일), 서울신문(1985년 사켄, 공현식/최정순), 장왕사(이기성, 최정호/진명출판사), 영진출판사(이문칠/탁연상) 등이 합심하여 국산 DTP 시스템을 개발해내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한국전자출판연구회 창립회원 외에도 동아일보사(최하용), 조선일보사(이진광), 경향신문사(김성옥), 김영사(박은주), 한언출판사(김철종), 현암사(조근태) 등이 속속 참여했다.
회원 일부는 1988년 ‘한국전자출판연구회’가 창립되기 이전부터, 신문과 월간 잡지에다 개인용컴퓨터 칼럼을 쓰고 방송 출연도 했다. 1991년에는 주간조선에 5년간 192회를 연재한 1000자 칼럼 ‘뚱보강사의 컴퓨터 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되어(컴퓨터는 깡통이다),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다. 이 책 덕분에 유명인사가 되어 TV방송에도 출연하고, 라디오방송도 진행했다. 특히 1995년 3월~1996년 3월까지 377회를 진행한 ‘SBS 라디오 김국은 차장’의 ‘SBSPC 통신’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는다.
1985년부터는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에, 1988년부터는 월간 <매경PC저널>과 월간 <퍼스널컴퓨터> 잡지에 컴퓨터 관련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출협서 발행하는 월간 <출판문화>에는 1971년 12월호부터 시작하여 1997년 3월까지 글을 쓴 것이 11회였다. 전자출판(1988), PC와 사무자동화, 출판 마케팅, 전자출판-2, 전자출판-3, 전자출판-4(2002), e-book과 한글폰트, 유비쿼터스와 출판, 한글디자인 해례와 폰트디자인, 출판은 깡통이다(2015) 등 출판 관련 교재도 개발했다.
출판은 깡통이다
1988년부터 신구대학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1995년부터 계원대학에서 전자출판을 공부한 학생들과 전자책 졸업작품을 만들고, 대학원생들의 전자출판 학위논문을 지도하면서 마음이 설렜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 ‘구름책 출판(cloud) 시대’를 맞아 생각해 보니, ‘출판도 깡통이다’. 깡통에 참치를 담으면 참치캔이 되고, 복숭아를 담으면 복숭아 캔이 된다. 책에 동화를 담으면 동화책이 되고, 여행을 담으면 여행책이 된다. 책에 한 사람의 일생을 담으면 자서전이 된다. 책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으면 소설책이 되고, 책에 논리적인 사상을 담으면 철학책이 된다. 가치 있는 지식과 정보와 데이터를 모은 책의 내용을 종이에 출력하면 종이책이 되고, 책의 내용을 디지털화해서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인터넷 서버에 저장하면, 전자책이 된다. 콘텐츠를 디스크에 저장하면 디스크책, 인터넷 서버에 저장하면 네트워크책, 모바일 서버에 저장하면 모바일책,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면 구름책이 된다.
책도 싱글 미디어에서 멀티미디어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하다가, 둘 다 사용하는 아나털(ana-tal)시대로 진입했다. 지난 20여 년간의 출판산업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Ana-tal’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출판산업
은 인공지능(AI) 통신망이나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이 결합된 ‘Mixed Media’로 나아가고 있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컴퓨터혁명을 지나온 4차 혁명시대는 Mixed Media 시대이다.
즉, ‘책’이 종이나 디지털화면 등의 평면적인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시대가 곧 실현될 것이다. 출판산업도 종이책 위주의 전통출판에서 전자출판이 혼합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니 이 추세를 따라야 할 것이다. e-book도 주체는 출판사이다. 전자출판도 출판사에서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집필자가 주도하면 콘텐츠를 잘 만들 것이다. 컴퓨터업계에서 주도하면 시스템을 잘 만들 것이다. 디자인업계에서 주도하면 화면모양이 미려하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마케팅업계에서 주도하면 잘 팔리도록 만들 것이다. 전자출판은 오케스트라와도 같다. 출판사에서 콘텐츠와 시스템과 디자인과 마케팅을 잘 조화시켰을 때 심금을 울리는 명곡이 울려 퍼질 것이다. 컴퓨터든, 출판이든, 전자출판이든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출판에 관한 깊은 지식과 정보도 없이 무모하게 출판창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많아 안타깝다.
출판계의 사관학교 ‘퍼블리싱 스쿨’ 필요
2016년~2017년 제2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을 하면서, 한국 출판업계와 출판학계를 제3자 입장에서 관찰할 시간이 있었다. 현 출판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업계에 필요한 전문 교육이 부족한 것이었다. 신매체의 탄생, 신기술, 변화하는 국제 환경, 경제 환경, 독자 환경 등에 대하여 10년이고 30년이고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교육기관이 없다. 교수들이 6개월마다 논문을 써서 결과를 제출해야만 하는 현재의 대학 시스템 하에서는 출판계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고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낼 수가 없다. 해결책으로 출판계의 사관학교인 ‘퍼블리싱 스쿨’을 대학원 대학이나 특수 대학원 같은 형태로 업계와 학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설립해야한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하고 출판 5개년 계획안에 넣으려고 강력히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됨과 함께 무산되었다.
출판산업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사명감 없이는, 버텨
내기가 어렵다. 출판은 단기간에 경영을 체득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실무 현장에서 기획, 편집, 제작, 마케팅 등의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 출판 분야에서 30년간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출판학, 편집학, 전자출판학, 인쇄출판학 등 학계와 관련 업계 여러분에게 감사 드린다. 현 Mixed Media 시대의 출판산업은 이전의 30여년보다 훨씬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출판계는 이 발전하는 물결을 포기하거나 거스르지 말고, 이 물결을 공부하고 적응하여 변화의 물결을 따르고 이용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물고기를 나누어 주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교육시키는
것이 생존 방법은 물론 돈을 버는 방법이다. 6만여 개의 출판사가 1만여 종의 책을 제출하면 이를 심사하여 1200개 정도의 책을 골라서 1천만 원씩 지원하는 제도는 당첨된 몇몇 출판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 출판계 전체를 살리는 길은 아니다. 장기적인 해결책은 출판에 대한 모든 것과 출판사의 외부 환경과 내부 환경에 대한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이론 및 실기 교육을 적당 기간 실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6개월이나 1년마다 의무적으로 논문을 제출하는 교수연구시스템이 아닌, 5년간, 10년간, 20년간의 장기 연구가 가능하도록 지원을 해주는 출판계의 사관학교인 ‘퍼블리싱 스쿨’을 대학원 대학이나 특수 대학원 형태로 설립하고, 예산 지원은 물론 졸업생들이 적재적소에 취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용컴퓨터가 발명되는 등, 변화가 많았고 어려웠던 지난 40년 동안에도 꾸준히 발전해 온 출판과 인쇄관련 학회들과 관련 산업계에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신년 2025년에도, 앞을 바라보며 계속하여 무궁한 발전을 이루길 기원한다.
한국전자출판교육원 원장 이기성
---
===
웹진 제16호 한국전자출판교육원 단기4358(서기 2025)년 1월 1일